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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1. 중첩, 간섭, 측정

학습 목표

  • 이중 슬릿 실험으로 중첩, 간섭, 측정의 의미를 이해한다
  • 큐비트 상태를 진폭 \(\alpha\), \(\beta\)로 표현하고 측정 확률을 계산한다
  • 위상이 간섭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1.1 고전 비트와 양자 큐비트

컴퓨터가 정보를 다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비트(bit)이다. 비트는 0 또는 1, 둘 중 하나의 값만 가진다. 스위치가 켜져 있거나 꺼져 있는 것과 같다.

양자 컴퓨터의 정보 단위는 큐비트(qubit)이다. 큐비트도 측정하면 0 또는 1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비트와 같다. 그러나 측정하기 전의 큐비트는 비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품고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중첩(superposition)이다.

1.2 이중 슬릿 실험 — 양자 세계를 여는 열쇠

이중 슬릿 실험은 양자역학의 핵심을 단 하나의 실험으로 보여준다. 리처드 파인만은 이 실험을 "양자역학의 유일한 미스터리"라고 불렀다.

실험 장치

벽에 두 개의 좁은 틈(슬릿)을 뚫고, 뒤에 스크린을 놓는다. 전자를 하나씩, 시간 간격을 두고 슬릿을 향해 발사한다.

시나리오 1: 슬릿 하나만 열었을 때

전자는 열린 슬릿을 통과하여 스크린에 도달한다. 많은 전자를 발사하면 슬릿 바로 뒤에 하나의 봉우리가 쌓인다. 일상적으로 예상하는 결과이다.

시나리오 2: 슬릿 둘 다 열고,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관측할 때

각 전자가 어느 슬릿을 지나갔는지 감지기로 확인한다. 이 경우, 스크린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나타난다. 슬릿 1을 지난 전자가 쌓인 봉우리 하나, 슬릿 2를 지난 전자가 쌓인 봉우리 하나. 이것도 일상적으로 예상 가능한 결과이다.

시나리오 3: 슬릿 둘 다 열고, 관측하지 않을 때

여기서 양자역학의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전자를 한 개 발사한다. 스크린에 한 점이 찍힌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그런데 이 과정을 수만 번 반복하면, 점들이 모여 만드는 패턴은 두 개의 봉우리가 아니다. 밝은 줄과 어두운 줄이 교대로 나타나는 간섭무늬(interference pattern)가 형성된다. 이것은 파동이 만드는 패턴이다.

이 실험이 말해주는 것

세 가지 시나리오에서 얻어지는 핵심 교훈은 다음과 같다.

① 전자 1개는 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한다.

전자는 한 번에 하나씩 발사했다. 그런데 간섭무늬가 나타났다. 간섭이 생기려면 두 경로의 파동이 만나야 한다. 전자 1개가 두 슬릿을 동시에 지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이 중첩이다. 전자는 "슬릿 1을 지나는 상태"와 "슬릿 2를 지나는 상태"를 동시에 가진다.

② 전자는 자기 자신과 간섭한다.

두 경로를 동시에 가진 전자의 파동이 스크린에서 만나, 어떤 곳에서는 서로 강화하고(밝은 줄) 어떤 곳에서는 서로 상쇄한다(어두운 줄). 이것이 간섭(interference)이다. 다른 전자와의 간섭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두 경로가 만드는 간섭이다.

③ 관측하면 간섭이 사라진다.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확인하는 순간, 간섭무늬가 사라지고 두 개의 봉우리만 남는다. 관측(측정)이 중첩을 깨뜨리고, 전자를 하나의 확정된 경로로 "붕괴"시킨 것이다. 이것이 측정의 본질이다.

④ 간섭무늬는 한 번에 보이지 않는다.

전자 1개의 결과는 스크린 위의 점 하나에 불과하다. 간섭무늬는 수만 번의 반복(shot) 후에야 비로소 드러난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확률적 본질이며, 양자 컴퓨팅에서 샷(shots)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이다. → Lab 2에서 자세히 다룬다.


1.3 큐비트의 수학적 표현

이중 슬릿에서 본 중첩을 수학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 |\psi\rangle = \alpha|0\rangle + \beta|1\rangle \]

\(|0\rangle\)과 \(|1\rangle\)은 큐비트의 두 가지 기본 상태이다. \(\alpha\)와 \(\beta\)는 복소수 계수(진폭, amplitude)이며, 다음 조건을 만족한다.

\[ |\alpha|^2 + |\beta|^2 = 1 \]

\(|\alpha|^2\)은 측정했을 때 0이 나올 확률, \(|\beta|^2\)은 1이 나올 확률이다.

몇 가지 예를 보면 직관이 생긴다.

상태 \(\alpha\) \(\beta\) 측정 시 0 확률 측정 시 1 확률
\(\vert 0\rangle\) 1 0 100% 0%
\(\vert 1\rangle\) 0 1 0% 100%
\(\frac{1}{\sqrt{2}}(\vert 0\rangle + \vert 1\rangle)\) \(\frac{1}{\sqrt{2}}\) \(\frac{1}{\sqrt{2}}\) 50% 50%

세 번째 상태가 바로 이중 슬릿의 전자처럼 "두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중첩 상태이다. 이 상태는 하다마드(Hadamard) 게이트로 만들 수 있으며, 4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1.4 중첩 — 모든 가능성의 공존

중첩은 큐비트가 0과 1을 동시에 가지는 상태이다. 이것은 "0인지 1인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두 상태가 실제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가 두 슬릿을 동시에 지나가는 것이 바로 중첩이었다. 전자가 "왼쪽 슬릿에 있을 수도 있고 오른쪽에 있을 수도 있다"가 아니라, "왼쪽과 오른쪽에 동시에 있다."

비유하자면, 회전 중인 동전은 앞면도 뒷면도 아닌 상태이다. 테이블에 떨어지는 순간(측정하는 순간) 비로소 앞면 또는 뒷면으로 확정된다. 다만 이 비유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동전은 물리적으로 한쪽 면이 위를 향하고 있지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큐비트의 중첩은 그런 "숨겨진 값"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1.5 간섭 — 가능성들의 합산

중첩이 "여러 가능성의 공존"이라면, 간섭은 "그 가능성들이 서로 합쳐지는 방식"이다.

이중 슬릿에서 스크린의 어떤 위치에는 두 경로의 파동이 같은 방향으로 합쳐져 밝은 줄(보강 간섭)을 만들고, 다른 위치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합쳐져 어두운 줄(상쇄 간섭)을 만들었다.

양자 컴퓨팅에서 간섭은 핵심 자원이다. 양자 알고리즘은 원하는 답의 확률은 보강 간섭으로 높이고, 원하지 않는 답의 확률은 상쇄 간섭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간섭이 없다면 양자 컴퓨터는 그저 랜덤 숫자 생성기에 불과할 것이다.

간섭 유형 조건 결과 양자 컴퓨팅에서
보강 간섭 진폭이 같은 부호 확률 증가 정답 경로 강화
상쇄 간섭 진폭이 반대 부호 확률 감소 오답 경로 억제

1.6 위상 — 간섭의 방향을 결정하는 열쇠

간섭이 보강이 될지 상쇄가 될지는 위상(phase)이 결정한다.

파동의 위상은 파동이 현재 진동 주기의 어디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각도이다. 두 파동의 위상이 같으면 보강 간섭, 반대(위상 차이 \(\pi\))이면 상쇄 간섭이 발생한다.

큐비트 상태 \(|\psi\rangle = \alpha|0\rangle + \beta|1\rangle\)에서 \(\alpha\)와 \(\beta\)가 복소수인 이유가 바로 위상 때문이다. 복소수의 각도(argument)가 위상 정보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 두 상태를 비교하자.

\[ |\psi_+\rangle = \frac{1}{\sqrt{2}}(|0\rangle + |1\rangle), \qquad |\psi_-\rangle = \frac{1}{\sqrt{2}}(|0\rangle - |1\rangle) \]

두 상태 모두 0과 1이 나올 확률이 각각 50%로 동일하다. 그러나 \(|1\rangle\) 앞의 부호(위상)가 다르다. 이 위상 차이는 측정 확률에는 직접 나타나지 않지만, 이후 게이트 연산을 통한 간섭 패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상은 양자 컴퓨팅의 숨은 자원이다.

위상이 드러나는 구체적인 예는 4장(하다마드 게이트와 간섭 실험)에서 다룬다.


1.7 측정 — 가능성의 붕괴

중첩 상태의 큐비트를 측정하면, 0 또는 1 중 하나의 값으로 확정된다. 이것을 파동함수의 붕괴(collapse)라고 한다.

\[ |\psi\rangle = \alpha|0\rangle + \beta|1\rangle \xrightarrow{\text{측정}} \begin{cases} |0\rangle & \text{확률 } |\alpha|^2 \\ |1\rangle & \text{확률 } |\beta|^2 \end{cases} \]

측정에 대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① 측정은 비가역적이다.

한 번 측정하면 중첩은 파괴되고, 원래의 \(\alpha\), \(\beta\) 값을 복원할 수 없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 "어느 슬릿을 지나갔는지 관측하면 간섭무늬가 사라진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② 측정 결과는 확률적이다.

동일한 중첩 상태를 준비하고 측정해도,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frac{1}{\sqrt{2}}(|0\rangle + |1\rangle)\) 상태를 측정하면 어떤 때는 0, 어떤 때는 1이 나온다. 한 번의 측정으로는 상태를 알 수 없다.

③ 확률 분포를 알려면 반복이 필요하다.

이중 슬릿에서 전자 1개로는 간섭무늬가 보이지 않았다. 수만 번 반복해야 패턴이 드러났다. 양자 컴퓨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회로를 여러 번 반복 실행(shots)하여 통계를 모아야 확률 분포를 추정할 수 있다.


1.8 이중 슬릿에서 양자 컴퓨팅으로

이중 슬릿 실험에서 관찰한 현상들이 양자 컴퓨팅의 핵심 개념과 어떻게 대응하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중 슬릿 실험 양자 컴퓨팅 다루는 실습
전자가 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 중첩: 큐비트가 0과 1을 동시에 가짐 1장
두 경로의 파동이 합쳐져 밝고 어두운 줄 형성 간섭: 진폭의 보강/상쇄 Lab 1
위상 차이가 밝고 어두운 위치를 결정 위상: 간섭 방향의 제어 Lab 1
관측하면 간섭무늬 소멸 측정: 중첩의 붕괴 Lab 1
수만 번 반복 후 패턴 출현 Shots: 확률 분포의 추정 Lab 2
— 얽힘: 다중 큐비트 간의 상관 Lab 3

다음 실습(Lab 2)에서는 "왜 양자 컴퓨팅에서 샷(shots)이 필요한가?"를 다루며, 측정의 확률적 본질이 실제 양자 회로 실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핵심 정리

개념 한 줄 요약
큐비트 0과 1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양자 정보 단위
중첩 여러 상태가 물리적으로 공존하는 현상
간섭 중첩된 가능성들이 합쳐져 확률을 높이거나 낮추는 현상
위상 간섭이 보강인지 상쇄인지를 결정하는 파동의 각도
측정 중첩을 깨뜨리고 하나의 값으로 확정시키는 비가역적 과정
Shots 확률 분포를 추정하기 위해 같은 회로를 반복 실행하는 횟수